漁父四時詞 어부사시사
- 윤선도 -
춘사(春詞)
앞 개에 안개 걷고 뒷산에 해 비친다
배 떠라 배 떠라
밤물은 거의 지고 낮물이 밀어 온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강촌의 온갖 꽃이 먼 빛이 더욱 좋다.
날이 덥도다 물 위에 고기 떴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 하는고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낚대는 쥐어 있다 탁줏병 실었느냐
동풍이 건듯 부니 물결이 고이 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동호를 돌아보며 서호로 가자스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앞 뫼히 지나가고 뒷 뫼히 나아온다
우는 것이 뻐꾸기가 푸른 것이 버들숲가
이어라 이어라
어촌 두어 집이 냇속에 날락들락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말가한 깊은 소에 온갖 고기 뛰노나다
고운 별이 쬐었는데 물결이 기름 같다
이어라 이어라
그물을 주어두랴 낚시를 놓을일까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탁영가의 흥이나니 고기도 잊을노다
석양이 비꼈으니 그만하여 돌아가자
돛 지어라 돛 지어라
안류정화는 굽이굽이 새롭고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삼공을 부를소냐 만사를 생각하랴
방초를 밟아 보며 난지도 뜯어 보자
배 세워라 배 세워라
일엽편주에 실은 것이 므스것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갈 제는 내뿐이요 올 제는 달이로다
취하여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리려다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낙홍이 흘러오니 도원이 가깝도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인세홍진이 얼마나 가렸나니
낚싯줄 걸어 놓고 봉창의 달을 보자
닻 지어라 닻 지어라
하마 밤 들거냐 자규 소리 맑게 난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남은 흥이 무궁하니 갈 길을 잊었닷다
내일이 또 없으랴 봄밤이 몇 덧 새리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낚대로 막대 삼고 시비를 찾아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부의 생애는 이렁굴어 지낼로다
하사(夏詞)
궂은 비 멎어 가고 시냇물이 맑아 온다
배 떠라 배 떠라
낚대를 두러메니 깊은 흥을 금 못할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연강첩장은 뉘라서 그려낸고
연잎에 밥 싸 두고 반찬을랑 장만 마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청약립은 써 있노라 녹사의 가져 오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무심한 백구는 내 좇는가 제 좇는가
마름 잎에 바람 나니 봉창이 서늘코야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여름 바람 정할소냐 가는 대로 배 시켜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북포남강이 어디 아니 좋을리니
물결이 흐리거든 발 씻다 어떠하리
이어라 이어라
오강에 가자하니 천년 노도 슬플로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초강에 가자하니 어복 충혼 낚글세라
만류 녹음 어린 곳에 일편 태기 기특하다
이어라 이어라
다리에 다닫거든 어인쟁도 허물 말아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학발 노옹 만나거든 뇌택양거 효칙하자
긴 날이 저무는 줄 흥에 미쳐 모르도다
돛 지어라 돛 지어라
뱃대를 두드리고 수조가를 불러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오애성 중에 만고심을 긔 뉘 알꼬
석양이 좋다마는 황혼이 가깝거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바위 위에 굽은 길 솔 아래 비껴 있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벽수 앵성이 곳곳에 들리나다
모래 위에 그물 널고 뜸 밑에 누어 쉬자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모기를 밉다 하랴 창승파 어떠하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다만 한 근심은 상대부 들을려다
밤 사이 풍랑을 어이 미리 짐작하리
닻 지어라 닻 지어라
야도횡주를 뉘라서 일렀는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간변유초도 진실로 어여쁘다
와실을 바라보니 백운이 둘러 있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부들부채 가로쥐고 석경으로 올라가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옹이 한가터냐 이것이 구실이라
추사(秋詞)
물외에 좋은 일이 어부 생애 아니러냐
배 떠라 배 떠라
어옹을 웃지마라 그림마다 그렸더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사시 흥이 한가지나 추강이 으뜸이라
수국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있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만경 등파에 슬카지 용여하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인간을 돌아보니 멀도로 더욱 좋다
백운이 일어나고 나무 끝이 흐느낀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밀물에 서호요 혈물에 동호 가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백빈 홍료는 곳마다 경이로다
기러기 떴는 밖의 못보던 뫼 뵈는고야
이어라 이어라
낚시질도 하려니와 취한 것이 이 흥이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석양이 바애니 천산이 금수로다
은순옥척이 몇이나 걸렸나니
이어라 이어라
노화에 불 불어 가리어 구워 놓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질병을 기울이어 박구기에 부어다고
옆바람이 고이 부니 달온 돛에 돌아왔다
돛 지어라 돛 지어라
명색은 나아오되 청흥은 멀어 있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홍수 청강이 슬미지도 아니하다
흰 이슬 비꼈는데 밝은 달 돋아 온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봉황루 묘연하니 청광을 누를 줄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옥토의 찧는 약을 호객을 먹이고자
건곤이 제곰인가 이것이 어드매오
배 매어라 배 매어라
서풍진 못 미치니 부채하여 무엇하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들은 말이 없었으니 귀 씻어 무엇하리
옷 위에 서리 오되 추운 줄을 모를로다
닻 지어라 닻 지어라
조선이 좁다 하나 부세와 어떠하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내일도 이리 하고 모레도 이리 하자
송간 석실에 가 효월을 보자 하니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공산 낙엽에 길을 어이 알아볼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백운이 좇아오니 여라의 무겁고야
동사(冬詞)
구름 걷은 후에 햇빛이 두텁거다
배 떠라 배 떠라
천지 폐색하되 바다는 의구하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가없은 물결이 깁 편 듯하여 있다
주대를 다스리고 뱃밥을 박았느냐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소상 동정은 그물이 언다 한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이 때에 어조하기 이만한 데 없도다
옅은 갯고기들이 먼 소에 다 갔나니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적은 덧 날 좋은 제 바탕에 나가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미끼 꽃다우면 굵은 고기 문다 한다
간 밤에 눈 갠 후에 경물이 달랐고야
이어라 이어라
앞에는 만경유리, 뒤에는 첩첩옥산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선곈가 불곈가 인간이 아니로다
그물 낚시 잊어 두고 뱃전을 두드린다
이어라 이어라
앞개를 건너고자 몇 번이나 헤어 본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무단한 된 바람이 행여 아니 불어 올까
자러 가는 까마귀 몇 낱이 지나거니
돛 지어라 돛 지어라
앞길이 어두우니 모설이 잦아졌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압지를 뉘라서 초목참을 씻돗던가
단애 취벽이 화병같이 둘렸는데
배 매어라 배 매어라
거구세린을 낚으나 못 낚으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고주 사립에 흥겨워 앉았노라
물 가의 외로운 솔 홀로 어이 씩씩한고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머흔 구름 한치 마라 세상을 가리운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파랑성을 염치마라 진훤을 막는도다
창주 오도를 예부터 일렀더라
닻 지어라 닻 지어라
칠리여울 양피 옷은 긔 어떠한 이런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삼천 육백 낚시질을 손꼽은 제 어떻던고
어와 저물어 간다 연식이 마땅토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가는 눈 뿌린 길 붉은 꽃 흩어진데 흥치며 걸어가서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설월이 서봉에 넘도록 송창을 비껴 있자
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작자를 알 수 없는 순한문(純漢文)투의
어부사(漁父詞)를 이현보(李賢輔)가 이를 되도록 부드럽게 간추려서
전문 9수의 가사로 고친 것을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가
노래로 부르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하여
우리말로 고치는 한편 시상을 달리 잡아서 춘하추동의 사시로 나누고
각 10장의 엇시조로 엮은 전문 10장의 연시조로 바꾸어 놓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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