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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시

그런 날을 사는 것일 테지요 / 切苾(낭송:고은하)



      그런 날을 사는 것일 테지요 / 切苾



      (낭송:고은하)




      흔들리는 눈물의 등잔
      못내 아쉽던 사랑도
      먼 그림자 드리운 날 있을 테지요

      찬 이슬 젖은 발목 끌고
      망각의 늪으로 사그라진
      여느 땐 살갑던 이
      기억의 글씨 또렷하던 달력은
      세월의 뒤꼍을 서성이고
      시곗바늘 허공을 공전하는 날도 있을 테지요

      생각의 문고리 안으로 걸고
      먼 별 무심히 드리운 빈 눈망울
      슬픔의 걸음이 앞서가는
      수정 거울 속 우두커니 흐린 동공이 젖어갈 때
      혼미한 의식을 나는 은빛 새떼들

      바람의 물살 헤집는
      벼랑의 꽃들이 무너지는 풍차 바퀴의 날
      격정의 너울이 눕는 언덕 너머
      비로소 잔물결의 고요
      그런 날을 사는 것일 테지요
      그런 들녘을 걷는 것일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