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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시

백지가 말했다/칼릴 지브란



백지가 말했다

      / 칼릴지브란


새하얀 백지가 말했다.

"나는 순결하게 창조되었으니

앞으로도 영원히

순결하게 살아갈 것이다.

만약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이

나늘 만지거나 가까이 다가온다면

그런 치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불에 타 하얀 재로

변해버릴 테다..."


잉크병은 백지가 한 말을 듣고

그 검은 가슴속으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하지만 잉크병은 백지의 곁으로

가까이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색연필들도 백지가 한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들도

백지의 곁에는 가지 않았다.

새하얀 백지는 영원히

순결하고 정숙하게,

그리고 텅 빈 채로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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