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상시

서시(만약에) - 조은지


서시(만약에) - 조은지


 


신이 내게 한 가지 소원을 들어 준다면
그런다면
이 세상 사는 동안 갖고 싶은 추억 하나 있습니다

서삼릉 입구에 가면
아름드리 미루나무 가로수가 늘어선
길고 좁은길 있습니다
투명한 가을 하늘 속에 숨겨져 있는 생각들
하나 하나 꺼내 이야기하며
떨어지는 낙엽 속으로
그대와 그곳을 함께 걷고 싶습니다

그 길 혼자 걸을 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저녁 노을과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는 바람도
그리고
나도
늘 주문처럼 그대의 행복을 기도합니다

달을 따라 이 길을 그대와 걷는다면
길가에 한 식구로 모여 사는 갈대나
봉숭아 꽃잎 같은 표정으로
은밀히 우리들의 뒤를 따라오던 낙엽도
눈 껌벅이는 참새와 함께
날 보며 기뻐해 주지 않을까

그대와 그곳을 함께 걷고 싶습니다.

[그대 잊기로 한지 두달이 지났습니다] 조은지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량한 권력/백무산  (0) 2011.06.06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  (0) 2011.06.06
똥구멍으로 시를 읽다 - 고영민  (0) 2011.06.06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0) 2011.06.06
아름다운 영상詩 감상  (0) 2011.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