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나는 따듯한 풍경이 되고 싶었네 / (宵火)고은영
새벽의 냉기 속에도
온화했던 불빛의 가로등
풍경으로 놓인 신비 속에
나는 가만히 잠이 들고 싶었네
고요와 평화를 맘껏 누리고 싶었네
사랑은 길을 잃고 온 밤을 헤매고
나는 우울한 노래를 들었네
모든 사람이 무심히 잠든 틈을 타서
끊임없이 내리던 눈보라
영혼을 가르던 뭉툭한 슬픔 들이
내리는 눈과 함께 흐느꼈네
자연과의 일체를 꿈꾸던 동공에
한없이 젖어들던 환상의 오로라
베토벤의 운명처럼 겨울은 리얼하게
나의 가슴을 후벼팠네
슬픔이 가득한 길 위에
허리가 휘도록 쌓이는 눈덩이를
나무들은 묵묵히 온몸으로 안았네
눈꽃들은 만발하고 절망의 어둠에도
나무들은 쌕쌕 숨을 쉬고 있었네
그 밤의 정점에서 울리던 고요한 종소리
그토록 목메던 사랑을 잃고 절실하게 나는
내 사랑의 성소를 회복하고 싶었네
찾을 수 없는 내 사랑을 위하여
정말로 나는 따듯한 풍경이 되고 싶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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