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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시

첫 만남은 아련한데 / 박현웅-낭송;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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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은 아련한데 / 박현웅-낭송;고은하



    흰 머리가 첫 눈처럼 서리는 삶의 한 모퉁이를 돌아설 때
    손톱에 남아있는 봉숭아 꽃물같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마주하고 대화를 할 때는 첫화장을 하는 여인네의 볼처럼
    붉게 설레어 말문이 막혀 당황하기도 했지요.
    그럴 때마다 배시시 웃으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던 모습이
    멀리 떠나 온 지금 초승달처럼 가슴에 걸려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희미해지는 얼굴인데 그 시원턴
    야외 카페의 탁자와 의자가 자꾸 덧칠하는 수채화로 그려지는건
    짧은 만남에 미련을 많이도 남겨둔 까닭입니다
    되돌아 올 때의 내 심장은
    고삐풀린 망아지의 뜀박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아직 모를 지언정 마음에 꼭드는
    화분 하나를 운명이라 가슴에 안고
    잘 키워야 겠다는 다짐을 하듯
    새로운 사랑이 물고를 트고 있음을 느낀게지요.

    지금 나는 당신을 향하는 징검다리의 첫 돌위에 서 있습니다.
    제가 선 돌 위에서 당신이 서있는 저편 까지의 거리가
    아쉬움 뿐이지만 남은 하나 하나의 돌이
    보폭을 넓혀 건너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당신이 거기에 서 있기만 한다면 그져 바라보는 것 만으로
    나 이 자리가 행복하다고 크게 소리질러 알리고 싶습니다.

    첫 만남은 꿈처럼 아련해 지는데
    계절이 깊을수록 짙어지는 꽃물같은 그리움,
    피지도 못하고 지는 꽃은 서럽다 울지 않더이다.
    꽃 다 피우고 지는 꽃잎은 추한 모습 뿐 이더이다.
    흰 머리가 첫눈처럼 서리는 삶의 한 모퉁이를 돌아나와
    피지도 않고 지지도 않는 꽃,
    바람에 흔들려도 꺽이지 않는
    나 그런 꽃대를 당신의 가슴에 올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