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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시

가장 슬픈 시 - 파블로 네루다



가장 슬픈 시
 
 
파블로 네루다(1904-1973)


오늘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밤은 산산이 부숴지고
푸른 별들은 멀리서 떨고 있다'고 말이다.

밤바람은 하늘을 휘돌며 노래한다.

오늘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도 때로는 나를 사랑했다.

이런 밤마다 나는 그녀를 내 품에 안았다.
그녀의 크고 고요한 눈을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오늘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다.
이제는 그녀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를 잃었음을 느끼면서.

거대한 밤의 소리를 들으면서, 그녀가 없으므로 더욱 거대한 밤의 소리를.
그러자 시는 풀밭에 떨어지는 이슬처럼 영혼 위로 떨어진다.

내 사랑이 그녀를 붙들 수 없었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밤은 산산이 부숴지고 그녀는 내 곁에 없다.

이게 전부다. 멀리서 누군가 노래하고 있다. 멀리서.
내 영혼은 그녀를 잃었다는 것을 납득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