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사랑한 해바라기의 고백 - 장시하
사람들은 내가 해를 사랑하는 줄 알지
나는 한 번도 해를 사랑하지 않았어
해는 내게 언제나 고개를 들고 자기만을 바라보길 바랬지
한 여름 찌는 더위 속에서도 고개 한 번 돌리지 못하게 했지
사람들은 내 속마음은 모르고 말하곤 하지
해바라기는 해를 사랑한다고
나는 달님을 사랑한 거야
달님의 포근함과 부드러운 미소에
밤마다 나는 수줍어서 고개를 떨구고
붉게 물든 뺨으로
잔잔한 사랑의 노래를 불렀어
달님은 언제나 온유함과 친절함으로
한 낮에 찌는 더위에 지친 나를 위해
그윽한 달빛으로 내게 입 맞추어 주었어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나는 일방적인 해의 명령에
또 하루 복종하다가
내가 사랑하는 달님을 만날 거야
무엇을 바라본다고 그것을 사랑하는 건 아냐
사랑으로 바라보는 것과
미움으로 바라보는 것을
구별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때론 야속하기도 하지
하지만
누구든
사랑하던 미워하던 바라보아야만 하지
내가 해를 바라보듯 사람들도
사랑하지 않는 무언가를 바라보아야만 하지
싫던지 좋던지 살아야만 해
내가 사랑하지 않는 해를 바라보듯이
사람들도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웃어야 하겠지
내가 달님을 기다리듯이
사람들도 누군가를 기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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