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상시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위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 류시화  (0) 2011.09.03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0) 2011.09.03
즐거운 편지 / 황동규  (0) 2011.06.06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 류시화  (0) 2011.06.06
폭설  (0) 2011.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