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리고 그리움
- 시 최수월
저 언덕 너머 강기슭에서 부는
회색 바람 타고 온 비가
슬픈 음악처럼 구슬프게 내린다.
온 몸을 갉아먹는 그리움 하나
차가운 빗물 되어
방울방울 밀려와 가슴 벽에 부딪힌다.
그리움 갈증 나지 않도록
심장까지 시원스럽게 퍼붓는 빗줄기였으면
가슴에 알알이 박힌 그리움
움푹 패 달아날 만큼 세차게 퍼붓는 빗줄기였으면
한 그리움에게
마음 통째로 도둑맞았던 그날 이후
곁에 있어도 그립고 멀리 있어 더 그리운데
비에 젖는 빈자리 쓸쓸함만 맴돈다.
갈증 나는 그리움 해소될 만큼
빗줄기가 굵어져도 좋으련만
여전히 비는 그리움을 안고 내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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