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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스쳐간 쉼터|

인문견답


미국의 도시 Seattle에는 승객과 승용차를 동시에 태우는 Ferry를 타고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언젠가 조개를 캐러 Seattle에서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섬으로 갔다. 우리 일행은 Ferry를 타고 가기 위해 주차장에 순서대로 자동차 행렬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Ferry가 있는 곳을 향하여 차들은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필자의 일행도 차를 움직이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옆에 있던 차들이 다 떠나고 우리가 있는 차례가 되었는데 앞에 있는 차들이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보니 우리 줄 제일 앞에 있는 차에 젊은 여자가 손으로 무엇을 가리키며 “Open it!"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생각에 그 여자의 차안에 사람이 있는 줄로 알았다.

어찌된 영문인지 주위의 사람들이 그 여자의 차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전히 그 여자는 차안에 있는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면서 제발 문 좀 열어 달라고 애원까지 하는 눈치다. 이상한 것은 사람들이 웃고 있는 것이다. 한다. 호기심이 발동한 우리 일행은 차에서 내려 구경거리(?)를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서보니 차 안에는 사람은 없고 애완용인 개가 좁은 공간을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주인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사연인즉 그 여자가 차의 시동을 켜 논 체 잠시 어디를 갔다 왔다고 한다. 그 사이에 차 속에 혼자 남아 있던 개가 비좁은 차안을 어슬렁거리다 우연히 자동으로 문을 잠그는 단추를 눌렀던 모양이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같은 종류끼리 가까이 지내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 모양이다. 그래서 사람은 사람끼리 모여살고 동물의 세계에서도 사자는 사자끼리 토끼는 토끼끼리 끼리끼리 모여 사는 것 같다. 이런 관습에 예외가 있기 마련이다. 영어 표현에 “Man's best friend”가 집에서 기를 수 있는 동물인 개를 의미하고 있듯이 어떤 사람은 사람보다 개를 더 가까운 이웃으로 생각하며 사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위에서 예를 든 여자는 차 안에 사람대신 개를 데리고 있는지 모른다. 여행길에 이웃이 있기에 심심하지는 않은 듯 했다. 너무 가까운 나머지 사람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생각(착각)은 자유지만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착각은 지우기가 힘든지 그 여자는 계속해서 차안에 있는 개를 향하여 개의 이름을 사람의 이름을 부르듯이 하면서 자동차의 문을 열어 달라고 애원조로 간청하고 있다. 사람이 개가 될 수 없듯이 개가 사람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마련이다. 개에게 사람의 일을 해결해달라고 빌어 보아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야 열쇠 전문가를 불렀다. 사람의 일은 사람만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다.

“나와 너”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마틴 부버는 “태초에 관계가 있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의 책 “나와 너”는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하는 생각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결국 인간은 혼자가 아니라 자기 주위의 존재와 어떤 형태로든지 인연을 맺고 살 수 밖에 없다. 주변의 존재라고 함은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 심지어는 무생물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말이다.

나와 너의 관계를 올바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존재가 누구냐(Who am I?)를 물을 수밖에 없고 나의 상대인 너는 누구냐(Who are you?)를 묻고 넘어 가야 한다.

어떤 관계든지 처음에는 둘 사이의 거리가 어느 정도는 유지되기 마련이다. 그러다 세월이 지나 친해지면 서로를 닮아가게 되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내(사람)가 너(개)같은 착각 속에 빠지게 된다. 아니면 너(개)가 나(사람)같은 존재인 줄 알고 상대하는 신비감 내지는 꿈속을 해매이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 네가 누구인지 잊어버리고 사는 자기 상실의 증상을 띄기 시작한다.

이런 자기 상실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자기가 누구냐를 생각할 때 너를 부인하는 것을 나를 찾은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사람이 개와 가까워진 나머지 사람인지 개인지 구별이 없다가 결국은 개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위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다. 또한 사람이 돈과 너무 가까워 사람인지 돈인지 구별이 없어 어는 것이 중요한지 모르고 지낼 수도 있다. 그러다 돈이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돈을 멀리하기 까지 한다.

이렇게 되다 보니 “나”가 아닌 것은 다 부인을 하게 되어 스스로 격리된 삶을 살아가는 것을 자기를 찾은 것으로 생각할 사람도 있다. 인간의 본성인 사회성을 상실하는 현상까지 보게 된다. 인간은 인간답게 대우를, 개는 개답게 상대를, 돈은 돈의 기능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인간이 이용한다면, 인문(人問) 견답(犬答)같은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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