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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스쳐간 쉼터|

장애인의 날은 언제죠?


많은 사람들이 한 곳을 향하여 잰 걸음을 하고 있다. 마치 급보(急步-빠른 걸음) 경주라도 하듯이 말이다. 빠른 발걸음들은 승강기 앞에서 멈추어 앞 다투어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아우성이다. 승강기를 먼저 타야만 하는 것이 권리인지 아니면 의무인지 하는 사명감마저 갖고 좁은 승강기 문이 열리자 우르르 들어들 가려고 하는 것이다. 전철에서 내려 노약자를 위해 설치된 승강기를 타려고 하는 상황이었다.

서로들 밀치고 제치는 과정을 통해서 어느새 승강기는 더 이상의 발걸음을 안으로 허락하지 않을 만큼 꽉 차게 되었다. 정원 초과가 되어버린 승강기의 문은 열린 상태로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두 사람은 승강기에 내려야 한다. 그런데도 아무도 승강기에서 내리는 사람은 없다. 서로 “나는 아니야”하는 표정만을 얼굴에서 읽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승강기를 타지 못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맨 뒤에는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전혀 자신의 다리로는 걸을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다. 필자는 아직도 정원 초과로 인해 문이 열려져 있는 승강기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휠체어 탄 사람부터 먼저 태워야한다 라고 했다.

그날은 일기예보가 비가 올 확률이 있다는 날이다. 휠체어에 탄 사람은 비가 올지 모르니 서둘러야 한다는 말을 했다. 비가 올지 모른다는 말에 승강기를 타려고 하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비가 안 올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은 휠체어 탄 사람에게 양보를 못하겠다는 의미로 필자의 귀에는 들려왔다.

한 술 더 떠서 승강기 바로 앞에 있던 사람은 “휠체어는 기다렸다 제일 나중에 타도 되죠?”라고 휠체어 탄 사람에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휠체어 탄 사람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오히려 미안한 표정까지 짓고 있는 듯 했다.

마지못해 어떤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어 이곳은 노약자를 위한 곳인데 제일 약한 휠체어를 탄 사람이 먼저라고 말하면서 휠체어를 뒤에서 밀어 승강기 앞으로 갔다. 이런 소리를 듣고서야 사람들은 길을 비켜서게 되어 휠체어를 탄 사람은 승강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4월 20일 장애인의 날로 제정되어 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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