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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시

천상병 ... 주막에서(낭송 이연분)


천상병 ... 주막에서(낭송 이연분)

 
골목에서 골목으로

저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시인의 보람인 것을......

흐리멍텅한 눈에 이 세상은 다만

순하디 순하기 마련인가,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몽롱하다는 것은 장엄하다.

골목 어귀에서 서툰 걸음인 양

밤은 깊어 가는데,

할머니 등 뒤에

고향의 뒷산이 솟고

그 산에는

철도 아닌 한 겨울의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산 너머

쓸쓸한 성황당 꼭대기,

그 꼭대기 위에서

함박눈을 맞으며, 아이들이 놀고 있다.

아기들은 매우 즐거운 모양이다.

한없이 즐거운 모양이다.
 
 
- 천상병 ...  주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