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슬픔 ~ 보들레르
오늘 밤 달은 더욱 느긋하게 꿈에 잠긴다.
겹겹이 쌓아놓은 보료 위에서 잠들기 전에
가벼운 손길로 무심히 제 젓가슴 주변을
어루만지는 미인처럼,
부드러운 눈사태 같은 비단결에 등을 기대고,
죽어가듯 오랫동안 멍하게 몸을 맡긴 채
창공을 향해 피어오르는
하얀 허깨비들을 둘러본다.
때때론 한가로운 나태함에 지쳐,
남 몰래 이 지구 위로 눈물 흘려보내면,
잠과는 원수인 경건한 시인은
이 파리한 달의 눈물 손바닥에 옴푹 받아,
오팔 조각처럼 무지갯빛 아롱진 이 눈물을
태양의 눈이 못 미치는 먼 곳 가슴속에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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